내게 가장 소중한 선물 I

2005/02/24 01:19

내가 대학생이었을때의 일이다. 대학교의 방학은 조금 긴 편이라 방학중에 15~30일 정도를 혼자 여행을 하곤했다. 물론 돈 한푼없이 무전여행을 하는 것은 아니다(필자의 글을 보면 알 수 있다).

주로 친척이나 친구, 아는 형들을 만나곤 했었다.

필자의 할아버지는 빈농이다. 땅 몇평 가지지 못한 빈농.

부가 대물림되듯 가난 역시 대물림된다.

그래서인지 필자의 고모 역시 아주 가난한 집에 시집을 갔다. 자식복은 있으신지 상당히 많은 자녀두셨고 가난을 대물림하기 싫어 열심히 사셨지만 여전히 가난한 그런 집이었다.

보성에 아는 형이 있어서 만나러 가는 길에 이 고모님댁을 방문했다.

처음으로 찾아온 장조카때문에 고모부님의 생신때에도 잡지않은 닭을 잡았다. 고모님 댁에서 하루를 묵고 다음날 배낭을 매고 고모님 댁을 나섰다.

버스를 기다리며 배낭 앞주머니에서 휴지를 꺼내던 나는 배낭 앞주머니에 덩그러이 놓여있는 피다만 담배 반갑을 보았다.

처음에는 웬 담배인가 했지만 이내 그 담배가 고모님이 넣어놓으신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처음으로 찾아온 조카에게 용돈이라도 주고 싶으셨지만, 담배 한갑이라도 사주고 싶으셨지만 천원짜리 한장없어 고모부님께서 피우시던 담배 반갑을 넣어 두신 것이었다.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이 선물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 한 구석이 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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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고기집 아들 2005/02/24 07:19

    왜 가난까지 대물림 되는 것일까요.. 흑..
    괜스레 뭉클해지네요..;

    perm. |  mod/del. |  reply.
    • 도아 2005/02/24 14:25

      사회의 민주화 정도를 측정하는 척도중 하나는 계층의 수직 이동이 얼마나 자유로운가에 달려있다고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우리 나라의 민주화는 아직도 갈길이 멀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난이 대물림되는 일이 없는 세상. 그런 세상을 물려주고 싶습니다.

  2. 열렬팬 2005/02/25 22:49

    전 시골출신입니다. 어릴 때 도시로 유학와서 느낀 위화감, 자식을 낳는다면 물려주고 싶지 않네요... 사회 시스템이 역으로 가고 있는 것 같은데, 난 그에 대해 뭘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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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1004ant 2007/04/18 02:46

    오래전 읽었던 글이지만... 계속 생각이 나서 댓글달아봅니다... 정말 가슴이 찡해요..

    perm. |  mod/del. |  reply.
    • 도아 2007/04/18 09:56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찡합니다. 아무 생각없이 연 배낭에 담겨있는 구겨진 88 담배. 무엇인가 해주고 싶으셨지만 담배 한 갑 사실 돈이 없으셔서 고모부님께서 피시던 담배를 넣어 주셨다는 생각이 들자 눈물이 나더군요.

쥐박이가 아니라면 소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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