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겪은 신기한 일 I(2/2/542)


제가 이날까지 살아오면 겪은 신기한 일은 두 가지입니다. 한가지는 중학교때 경험한 아스탈계이고 또 하나는 할머니 기일에 발생한 일입니다.

할머니께서는 몇 년전에 돌아 가셨습니다. 88세로 돌아가셨으니 천수를 다하신 셈입니다. 당시 인천으로 이사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입니다. 오전 6시에 급작스럽게 전화 벨이 울렸습니다. 전화를 받아보니 어머님이셨습니다. 할머니께서 위독하시니 빨리 청량리 성모 병원으로 오라는 전화였습니다.

어제까지 정정하셨던 할머니셨기 때문에 갑자기 왜 위독해졌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청량리 성모 병원에 도착하니 할머니는 몸을 움직이지 못하시고 정신을 잃고 계셨습니다. 병원 의사의 말로는 노환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는 수술을 해봐야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아울러 수술을 해도 완쾌하실지는 모른다고 하더군요.

나이드신 분께 수술이라는 큰 짐을 지우기 보다는 가시는 자리 조금이라도 편하게 해드리기 위해 퇴원 수속을 밟고 집으로 왔습니다. 집으로 와서 할머니가 언제 부터 쓰러지셨는지 동생에게 물어봤습니다.

대화
동생: 몰라. 어제 일어서시다가 갑자기 쓰러지시더니 
동생: 혜경아, 내가 힘이 하나도 없다라고 하시더니 못일어나셔.

라고 하더군요. 할머니는 연세가 많으셨지만 잔병치례 한번 하지 않으셨습니다. 시골에서 부쳐주는 20Kg 짜리 쌀 푸대를 어머님께서는 들지 못하시지만 할머니께서는 슬쩍 들어 옮기십니다. 이런 할머님을 보면서 어머님은 (아니 저 노인네는 나이가 들 수록 힘이 더 세지시나)라고 생각하셨다고 합니다.

아무튼 할머니가 위독하시기 때문에 모든 일가 친척이 올라왔습니다. 시골에 계신 큰 고모 식구들, 서울에 있는 막내 고모 식구들, 그리고 작은 아버님의 식구들과 막내 작은 아버님의 식구들, 당시 충주에 있는 누나네 식구들...

할머니 자손으로 그날 오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날 저녁에 할머니께서 정신을 차리셨습니다. 몸을 완전히 움직이지는 못하시지만 의식을 찾으셨고 가장 아끼던 저를 비롯해서 증손자(우영이, 은수, 상원이 등)까지 모두 꼭 안아주셨습니다.

할머니께서 평생에 걸처 사랑한 사람은 사실 자식들이 아닙니다. 하나는 종가집 종손으로 태어난 저였고, 또 한 사람은 아버님 형제분에에 비해 훨씬 학력이 높았던 막내 고모부이셨습니다.

저와 막내 고모부를 본 할머니는 다시 누워 의식을 잃으셨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돌아가셨습니다. 할머니하고 부르는 제목 소리에 화답하시듯 잠깐 눈을 뜨셨다가 돌아가셨습니다.

사람이 누리는 복중 하나는 병없이 천수를 누리다 잠자듯 오신 곳으로 가시는 것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할머니께서는 돌아가실 때에도 복을 받으신 셈입니다. 갑자기 돌아가셨다면 보지 못했을 가족들을 자식, 손자, 증손자까지 일일이 안아주시고 가셨습니다.

할머니께서 돌아가신 다음 해에 작은 아버님께서 암으로 돌아가셨습니다. 1년만 더 사셨다면 자식을 먼저 보내는 아픈 마음을 간직하고 가셨을 텐데 다행이 작은 아버님 보다 한해 먼저 돌아가셨습니다.

다음 해 할머니 기일이 왔습니다. 할머니께서 돌아가신 첫해이기 때문에 모든 일가가 모여 할머니 제를 지냈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이웃에 사시는 할머니께서 아버님을 찾아 오셨습니다.

대화
할머니: 집의 할머니 제사가 어제였죠?
아버님: (집안 제사도 모르는 게 일반적인데 어떻게 남의 집 제사날을 알지?)
아버님: 예. 그런데 어떻게 아셨어요?

할머니: 어제 창문으로 이 집을 보고 있는데, 
할머니: 집의 할머니가 이 집으로 들어 가는 것을 봤거든.
할머니: 그래서 혹시 내가 착각한 것이 아닐까 싶어서 
할머니: 문밖에서 계속 기다렸는데 할머니가 나오지 않으시더라고.
할머니: 그래서 셋집에 혹시 할머니가 사시지 않나 싶어서 
할머니: 세사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할머니가 사는 집이 없다하데.
할머니: 그래서 어제가 혹시 기일이 아니었나 했지.

이웃집 할머니는 생전에 할머니와 가장 친했던 분입니다. 당신 기일에 제사밥을 드시러 오시면서 가장 친했던 친구분께만 모습을 보여드린 것이라고 하더군요.

혹자는 제사를 모시는 것은 우상 숭배라고 폄하하는 것을 종종 봅니다. 살아 계신 부모님을 모시는 것은 효인데 돌아 가신 부모님을 모시는 것이 어떻게 우상 숭배일 수 있겠습니까?

제사, 조금은 버거로운 예절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지켜야할 좋은 풍습이기도 합니다.

제사는 돌아가신 분을 위한 행사가 아니라 살아있는 우리을 위한 행사입니다.

2006/12/23 15:51 2006/12/23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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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TP 2006/12/23 18:27 address edit & del reply

    제 짧은 생각이지만...
    제사는 '고유문화'라고 생각합니다.
    고유문화에 대해선 그 누구도 쉽게 폄하 할 수 없지요.

    제사에 대해서 나쁜 소리 하는 사람들은 그냥 무시하세요~_~

    • 도아 2006/12/24 09:33 address edit & del

      제가 다니던 학교가 미션 계열입니다. 이 학교의 교목 담당 목사님은 한모씨입니다. 기독교 계통에서는 꽤 이름있는 분입니다. 이분 수업을 듣다보면 새해에 부모님께 절하는 것도 우상 숭배라고 폄하합니다.

      사실 저는 기독교가 싫습니다. 나중에 "난 기독교가 싫다"라는 글을 따로 올리겠지만 교인들의 울타리식 사고 방식이나 아전인수식 해석, 그리고 지나친 상업화 등 미국의 기독교와는 다른 양식을 보이는 우리 기독교의 모습이 싫기 때문입니다.

  2. 록차 2006/12/23 20:14 address edit & del reply

    저도 한번쯤은 제사를 드리고 싶은데 기독교 집안인지라...
    일종의 판타지로 남아있습니다 -.-a

    • 도아 2006/12/24 09:34 address edit & del

      기독교인을 두고 바로 험담을 한 것 같아 죄송합니다. 모든 기독교인은 아니겠지만 제가 본 기독교인(미션 스쿨이라 교인이 아주 많습니다) 중 본 받을 많한 사람은 딱 한사람(목사, 교인 포함)이 었습니다.

  3. 루돌프 2006/12/24 03:56 address edit & del reply

    기독교 집안에서도 제사 지내는 분들 많은데....
    우상숭배는 일부의 사람들이 좀 과잉해석한걸지도.
    그런식으로 치면 왕에게 목숨을 다해 충성하는것도 우상숭배고,
    부모님 기침소리만 들려도 달려오는 효자도 우상숭배죠.......

    • 도아 2006/12/24 09:35 address edit & del

      교인 중 우상 숭배로 보는 사람들이 꽤 많습니다. 나중에 제가 겪은 일들을 "난 기독교가 싫다"는 제목으로 올릴 생각입니다. 따라서 그 때 한번 읽어 보시고 평해주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4. 한명석 2006/12/24 10:02 address edit & del reply

    예전에는 모두 그랬지만 지금은 교리 변화가 되어서 허용하는 교파도 많습니다.한마디로 종교도 시대.문화의 흐름에 따라 변하여야 되겠지요. 불변 이란 없는 거니까요.

    • 도아 2006/12/25 09:19 address edit & del

      그렇다면 그 나마 다행입니다. 제가 겪은 일은 제사에 국한되는 일이 아니라 상당히 넓은 분야에서 목격한 일입니다. 나중에도 댓글 부탁드립니다.

  5. ymister 2006/12/25 15:17 address edit & del reply

    호상이었군요...^^ 다른 일이라면 글을 좀 더 길게 썼겠지만...
    다른분의 추억이나 자례에 대한 글에는 왠지...글이 길게 안써지는군요...

    • 도아 2006/12/25 15:34 address edit & del

      예. 호상이었고, 할머님도 돌아가시면서 따른 원같은 것은 없으셨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증손자까지 모두 보고 가셨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