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이야기

설명을 잘하는 다예

이런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는 일단 울면서 손바닥을 펴서 보여 주었다. 손바닥에 립스틱이 묻은 것을 확인시켜준 뒤 바로 손가락을 권총 모양으로 바꾼뒤 이를 가르키는 것이었다. 울면서 온몸으로 보여 준 두 동작이지만 이 두 동작으로 어떤 일이 발생했는지 명확히 알 수 있었다.

목차

이와 는 남매라 그런지 사이가 좋다. 대부분 이가 에게 양보하는 편이지만 이도 나를 닮아 다른 사람을 약올리는 것을 좋아한다. 문제는 는 누가 이렇게 약올리는 것을 아주 싫어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와 가 다투는 대부분의 이유는 이가 를 약올리고 하지 말라고 하는데 계속 장난을 칠 때 발생한다.

이야기

어제의 일이다. 에서 1박을 한 뒤 아침 일찍 충주로 출발했다. 차를 타고 오던 중 갑자기 찢어지는 듯한 울음 소리가 들렸다. 였다. 가 저렇게 우는 것은 정말 큰 충격을 받았을 때이다. 내 기억으로 벌에 쏘였을 때이가 실수로 BB탄을 머리에 쏘았을 때인 것으로 기억한다.

감짝 놀라 뒤를 돌아봤다. 생각지도 않게 엄청 크게 우는 에 놀란 이와 마치 숨이 널어갈 듯이 울어 제끼는 . 에게 왜 우느지 물어봤다. 울음을 그치고 사정을 이야기하기에는 너무 분한 듯 는 울음을 멈추지 않고 아주 효과적으로 가 우는 과정을 설명했다.

는 꾸미기를 무척 좋아한다. 따라서 꼭 엄마 립스틱을 이용해서 입술을 치장하곤 한다. 이것이 귀찮은 우엉맘이 에게 아이들용 립스틱을 사주었다. 엄마처럼 예쁘게 그리고 싶은 는 자동차 백밀러를 보고 나름 대로 예쁘게 립스틱을 발랐다. 그리고 이렇게 바른 립스틱이 지워지지 않도록 손으로 입술을 가린 모양이었다. 이것을 본 이가 장난 삼아 의 손을 툭쳤다. 그덕에 의 손에는 립스틱이 묻고 입술에는 립스틱이 지워진 상황인 것 같았다.

설명을 잘하는

이런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는 일단 울면서 손바닥을 펴서 보여 주었다. 손바닥에 립스틱이 묻은 것을 확인시켜준 뒤 바로 손가락을 권총 모양으로 바꾼뒤 이를 가르키는 것이었다. 울면서 온몸으로 보여 준 두 동작이지만 이 두 동작으로 어떤 일이 발생했는지 명확히 알 수 있었다.

가 이렇게 운 이유는 꾸미는 것을 워낙 좋아하는데 이가 망쳤기 때문이었다. 꾸미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는 앞에서 설명했듯 벌에 쏘이고 우는 것과 비슷한 강도로 울었다는 것에서 알 수 있다. 다만 이가 심한 장난을 친것은 아니기 때문에 를 달래고 집으로 왔다.

그리고 사무실에 출근한 뒤 크크섬의 비밀을 보기위해 조금 일찍 집으로 귀가했다. 다른 아이집에서 놀다 온 는 나를 보자 마자 쪽지 하나를 건네 주었다. 바로 '엄마에게', '아빠에게'라고 쓴 의 편지였다. 요즘 부쩍 한글에 관심이 많아 아는 글자가 나오면 꼭 읽어 보는 인데 의외로 글씨를 잘 썼다. 그림은 잘 그리는 것은 아니지만 필요한 특징을 잘 잡아내기 때문에 그림 역시 어떤 그림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아빠, , 엄마, 사랑해요. 오빠

왼손잡이라 ㄹ자를 거꾸로 쓴 것을 알 수 있다. 왼손으로 쓰는 글씨라 엉망일 것으로 생각했는데 따로 연습을 시키지 않았는데 글씨를 상당히 잘 썼다. 글씨를 잘 쓴 것 같아 다른 사람이 쓴 것이 아닐까 우엉맘은 의심했다. 그러나 글씨를 보면 가 쓴 것이 맞다. 아니 최소한 왼손잡이가 쓴 글이다. 그 이유는 ㅇ을 쓸 때 방향이 반시계 방향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이야기

한 오후 6시 30분 정도 된 듯했다. 갑자기 후다닥 하는 소리가 나더니 이가 들어왔다. 분명히 우엉맘은 다른 곳에서 차를 마신다고 했는데 이가 오자 조금 이상했다. 어떻게 왔는지 물어 보니 태권도 도장에서 바로 왔다고 한다. 엄마에게 연락했는지 물어 보자 엄마에게 전화도 하지 않고 바로 온 것이라고 한다. 불현듯 녀석을 보자 뭐가 먹고 싶으면 묵동에서 일하시던 삼촌을 찾아 가던 생각이 났다.

면목동(휘경여고 앞, 지금은 휘경동)에서 묵동까지는 차로 가도 상당한 거리지만 이 먼거리를 걸어 삼촌을 찾아갔다. 일단 찾아가면 이발사셨던 삼촌이 머리도 깍아 주고 갈 때 먹을 것을 사 먹으라며 당시로는 상당히 큰돈을 주었기 때문이다. 이를 보니 불현듯 어린 시절이 생각났다. 이는 순진해서 그런 생각을 하고 온 것은 아니겠지만 아빠 사무실을 혼자서 찾아온 녀석이 기특해 보였다. 그래서 일단 1000원을 주고 더울테니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오라고 시켰다.

녀석이 의자에 앉아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보니 계속 사무실에서 일하는 것도 힘들어서 조금 빨리 집으로 가기로 했다. 그리고 녀석이 던지는 한마디.

: 아빠. 내가 아빠 사무실 어떻게 찾아왔는지 알아?
도아: 몰라.
: 아까 내가 아빠 사무실 지도를 그렸거든.

이가 그린 지도

점심때였다. 보통 때면 우엉맘이 점심을 싸가지고 오지만 어제는 아침에 에서 충주로 왔기 때문에 점심을 할 시간이 없었던 모양이었다. 그래서 점심 대신에 점심을 사달라고 이와 함께 사무실을 찾아 왔다. 점심을 먹으러 가면서 이는 "아빠. 내가 아빠 사무실 가는 지도 그렸다"라고 한 기억이 났다. 별것 아닌 것으로 생각하고 "응. 그래"하고 말았는데 녀석은 마치 그 지도가 보물지도라도 되는 듯 애지중지 가지고 다니면서 아빠의 사무실을 찾아 온 모양이었다.

이가 그린 지도

처음에는 지도라고 해서 꽤 상세한 지도를 생각했다. 그런데 녀석이 다니는 태권도장에서 사무실까지 방향만 그린 지도였다. 이런 지도로 어떻게 찾아올 수 있을까 싶지만 나름대로 독도법이 있는 듯했다.

평상시는 가만히 있지 못하고 계속 까불다 사고를 치는 녀석인데 혼자서 사무실까지 찾아 오고 또 의젓히 앉아 있는 모습을 보니 녀석도 이제 어른이 다됐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지나치게 까부는 것을 잡기 위해 녀석을 지나치게 나무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아 아빠는 언제나 이를 사랑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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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체제의 모든 것을 운영하고 있는 IT 블로거. IT 블로거라는 이름은 현재 시국때문에 시사 블로거로 바뀐 상태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시사와 사회에 관심이 많은 IT 블로거일 뿐이다. 컴퓨터, 운영체제, 시사, 가족, 여행, 맛집, 리뷰등과 살면서 느끼는 소소한 일상이 블로그의 주제이다. 왼쪽의 아이콘은 둘째 딸 다예가 그린 내 모습이다.
2008/08/26 15:12 2008/08/26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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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onsesang 2008/08/26 15:25

    에궁 가슴 찡하네요..

    저도 딸(6) 아들(3) 남매가 있답니다. 일때문에 구미에서 주말에만 안양집으로 올라가는데..

    도아님만큼 세심하게 아이들을 살피지 못하고 있는거 같네요..

    이번주는 동물원이라도 델꼬 가야겠어요..

    perm. |  mod/del. reply.
    • 도아 2008/08/27 08:09

      저도 한 1년 정도를 주말 부부를 했기 때문에 그 심정을 잘 압니다. 토요일에 충주에서 인천으로 가고 월요일에 인천에서 충주로 왔습니다. 아이들과 놀고 싶기는 한데,,, 피곤해서 신경쓰기 더 힘들더군요.

  2. drzekil 2008/08/26 15:27

    아이들이 너무 사랑스럽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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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푸른하늘 2008/08/26 15:50

    우영이가 그린 지도가 맘에 드는데요~~~ ㅎㅎㅎㅎ
    좋으시겠습니다~~~

    perm. |  mod/del. reply.
    • 도아 2008/08/27 08:10

      언제 푸른하늘님께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4. chuky1 2008/08/26 16:20

    가슴이 훈훈해지는 이야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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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공상플러스 2008/08/26 16:32

    난 맨날 누나한테 쳐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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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아 2008/08/27 08:10

      누나를 저한테 보내주시면 제가 교육을 시켜드리겠습니다.

  6. 유객 2008/08/26 20:29

    따뜻한 정이 느껴지는 쪽지들이네요.
    부모들의 가장 커다란 즐거움은 아마 저렇게 자식들이 건강하게 성장하는 것을 지켜보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근데 유년기의 도아님을 생각하니, 진짜 영악스러울 것 같군요.
    그 시절부터 이미 세상의 이치(?)를 깨닫고 계시다니...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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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아 2008/08/27 08:11

      감사합니다. 원래 둘째는 눈치가 빠릅니다.

  7. lyoun81 2008/08/26 20:54

    그냥 막 부럽부럽....습니다 ㅠ_ㅜ... 전 언제쯤 가정을 꾸려 토깽이 같은 자식들을 바라볼까요...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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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아 2008/08/27 08:11

      부러우시면 오늘이라도 혼인을 하시는 것이...

  8. 오리ⓡ 2008/08/26 22:22

    오늘도 행복한 가족이야기 잘 보고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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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rince 2008/08/26 23:25

    우영이의 독도법을 파헤치기만 하시면
    네비게이션의 혁명은 도아님 손위에 있는듯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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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아 2008/08/27 08:11

      윽,,, 제가 우영이에게 배워야 겠군요.

  10. goohwan 2008/08/26 23:42

    역시^^b 아이들 사랑이 남다르세요~^^*
    아이들의 상황을 통찰하는 것과 필요를 아는것 또한 배려하는 마음까지
    모두 사랑이 있기에 가능한거라 생각합니다.

    "역시 아이들 만으로 만족하시는군요~~~~"
    재밌게 읽고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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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아 2008/08/27 08:12

      감사합니다. 제게는 아이들이 하나님입니다.

  11. inureyes 2008/08/27 00:01

    애들이 너무 귀엽네요 ㅠ_ㅠ

    스스로의 어린 시절을 되돌아보면서 '자식들은 필요 없어!' 라 생각하는데, 이런 글을 볼 때마다 흔들립니다 ;;
    (그 전에 결혼을 해야...)

    perm. |  mod/del. reply.
    • 도아 2008/08/27 08:12

      저도 필요없다고 생각한 1인입니다. 그런데 첫 조카가 너무 귀엽더군요.

  12. 구차니 2008/08/27 09:26

    친척동생들을 보니 마구 결혼해서 빨리 애를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기왕이면 눈에 넣어도 안아프다는 딸로?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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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아 2008/08/28 09:36

      딸은 둘째를 딸로 낳아야 합니다. 제 동생은 큰애가 딸인데 완전히 머스마입니다.

  13. 아타호 2008/08/27 10:10

    군시절에 독도법으로 엄청 고생했는데.
    저에 비해 훨 나은 독도법을 지녔네요.

    저도 지도라고 하길래,
    엄청 자세할 줄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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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아 2008/08/28 09:36

      예. 저도 저 보다는 자세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의외더군요.

  14. zasfe 2008/08/27 11:35

    아마 원본(우영이 생각)은 조금 다르지 않을까요?
    중요 요점만 표시한것 같은데..

    어딘지도 모르면서 심각히 고민중인 1인 입니다.;;

    perm. |  mod/del. reply.
    • 도아 2008/08/28 09:37

      저도 그럴 것으로 생각합니다. 다만 원본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점이 문제인 것 같습니다.

  15. minerva 2008/09/01 22:16

    아.. 젠장... 괜히 봐갔고.. 속쓰리다 -_- 흑~흑~흑
    애들이 예쁘네요... 스킨쉽도 자주하고 사랑한다는 말도 자주해 주세요.
    한국 아버지들은 사랑표현에 인색하죠..아내한테도 아이들한테도..
    다 그런건 아니겠지만..

    그나저나 (오빠+여동생) 이게 최고의 조합(??)같은데 뜻대로
    만들수 있으려나...

    perm. |  mod/del. reply.
    • 도아 2008/09/02 07:16

      오빠+여동생이면 둘째가 정말 애교 만점입니다. 반대면 여자애가 남자애 같고, 남자애가 애교가 만점이죠. 점수는 누나+남동생이 200점이라고 하는데 저는 오빠+여동생이 200점인 것 같습니다.

(옵션: 없으면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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